고린도전서 2:1-2 내가 여러분에게 가서 하나님의 비밀을 전할 때 수사법과 지혜로 하지 않고 오직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리스도만 전하기로 작정을 했다.
이전 말씀에서는 이제 그리스도 안에 있어 한 몸이 되었기에 이제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지혜와 의와 거룩함과 죄에서 해방된 것만 자랑하라고 했다. 이어지는 말씀은 바울 자신이 가서 복음을 전했을 때 높은 말이나 지혜로 하지 않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만 전했다는 내용이다.
원문은 특별히 "그리고 나는" 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그리스어에서는 나 라는 대명사는 동사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특별히 강조하는 경우에만 사용한다. 이어지는 말은 내가 너희에게 갔을 때 라는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서 강조되는 것은 바울이 고린도에 갔을 때 바울 자신을 특별히 강조하는 말이다. 이러한 표현이 고린도의 소피스트들(sophists)과 바울 자신을 대조한 표현이다.
이어서 바울은 "형제들아!" 라고 다정하게 부르며 나는 높은 말이나 지혜(sophia)와 함께 가지 않았다고 말한다. 높은 말이란 고급스러운 수사법을 뜻하는 말이다. 지혜란 당시 그리스 철학자들인 소피스트들이 사용하던 지혜를 뜻하는 말로 이 두가지는 당시 그리스 로마 세계의 지식인들의 표시였다. 바울이 그러한 수사법과 지혜를 몰라서 쓰지 않은 것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쓰지 않았다는 뜻이다.
원어에서 이어지는 말은 하나님의 비밀(증거)를 전할 때 라는 말이다. 개역은 증거로 번역했고 새번역은 비밀로 번역했다. 영어 번역들도 증거로 번역한 것(NASB, ESV, NIV, NEB, NET)과 비밀로 번역한 것(NAB, NJB, NRSV, REB, TEV)으로 갈린다. 이는 사본에서 서로 다르게 기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본들의 증거를 보면 보통 2세기 사본으로 보는 P46과 5세기 사본들인 Alexandrinus와 Ephraemi Rescriptus는 비밀(μυστήριον)이라는 단어로 기록했고 4세기 사본인 Vaticanus와 5세기 사본인 Bazae Cantabrigiensis와 그 밖의 대다수의 후기 사본들은 증거(μαρτύριον)라는 단어로 기록했다. 사본의 숫자로는 증거라는 말이 압도적이지만 오래된 사본들을 본다면 어느 쪽이 원문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없다.
어느 쪽이 맞다고 분명히 말할 수 없지만 2:7절과 연결되는 것을 근거로 비밀이 원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하기도 하고 필사자가 2:7절의 영향을 받아 2:7절과 같게 고쳤을 가능성을 말하며 증거가 원문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바울 서신 전체에서 증거라는 단어는 6번 사용했다. 고린도전서에서는 1:6절과 2:1절에서만 증거라는 말이 나온다. 그러나 비밀이라는 단어는 21번 사용했고 고린도전서에서만 6번을 사용했다. 2장의 구조를 분석해 보면 2:6-10a에서는 세상의 통치자들은 모르고 성숙한 사람들에게만 말하는 하나님의 지혜를 비밀로 말했다. 2:10b-16절에서도 성령님만이 하나님의 깊은 것을 아시는데 영적인 사람만이 이를 분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렇기에 2장 전체의 내용에 비추어 보아도 증거보다는 비밀이 원문일 가능성이 높다. 후대의 필사자들은 신학적으로 볼 때 증거라는 말이 더 분명하고 쉬운 말이기에 바꾸었을 가능성이 높다.
바울은 이제 또 다른 분쟁의 원인인 고급 수사학과 그리스 철학의 지혜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당시 고린도 사람들은 지혜를 삶의 목표로 삼았다. 키케로(BC 106- 43)는 지혜를 얻는 사람은 영광과 명예와 특권을 누리고 그들의 친구들로부터 가장 확실하고 안전한 보호를 받을 것이다 라고 말한 것으로 볼 때도 지혜는 당시 그리스 로마세계에 살던 사람들이 추구하던 삶의 목표임에 틀림없다.
고린도 성도들 중 아폴로파는 당시 그리스의 수사법과 철학을 기준으로 바울의 말을 평가했다. 바울이 떠나간 뒤 알렉산드리아 출신 아폴로가 와서 수사법과 웅변술로 복음을 전하다 보니 바울과 비교했을 것이다. 그래서 바울의 말이 시원치 않다 생각했을 것이고 아폴로가 최고라고 했을 것이다. 오늘날도 설교를 사람들에게 맞춰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잘 하는 사람들은 존경하고 성경을 있는 그대로 그대로 전하면 인기가 없다.
원어에서 2절은 왜냐하면 이라는 말로 시작하며 바울은 이미 결정했다고 단언한다. 무엇을 결정했는가 하면 고린도 성도들 안에서 바울 자신은 예수 그리스도와 십자가에 달리신 그 분을 빼놓고는 아무것도 알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이 말은 바울도 이미 고급스러운 수사법과 그리스 철학의 지혜들을 다 안다는 것이다. 하지만 오직 예수 그리스도, 십자가에 달리신 그 분에만 중점을 두고 말하기로 작정을 했다는 뜻이다. 미련하고 멍청한 사람처럼 보이겠지만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 그 분이 바로 하나님의 아들 그리스도이고 영원하신 왕이라는 것만 전하겠다고 결정한 것이며 그것이 바로 1절에서 말한 비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