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복음 9:18-20 예수께서는 따로 기도하신 후에 제자들에게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한 무리들이 자신을 뭐라고 하는지 물으셨다. 베드로가 제자들을 대표로 하나님의 그리스도라 대답했다.
이전 말씀에서는 해가 저물자 제자들은 무리들을 해산시켜 각자 숙소와 먹을 것을 찾게 하자고 했지만 예수께서는 제자들이 가진 빵과 물고기를 받으셔서 감사 기도를 드리신 뒤에 떼어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게 하시니 모두가 배불리 먹고 열 두 바구니가 남았다는 내용이어있다. 이어지는 말씀은 이렇게 자신이 누구인지 보여주신 뒤에 자신이 누구인지 제자들에게 물으시는 내용이다.
18절은 예수께서 혼자 기도하고 계실 때가 되었다는 말로 시작한다. 이는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무리들을 먹이신 뒤 무리들을 떠나 조용한 곳에서 홀로 기도하셨다는 뜻이다. 누가는 무리를 떠났다고 하지 않았어도 "혼자 기도하고 계실 때가 되었다"는 말로 무리를 떠났다는 것을 알린다. 그러나 혼자 계셨다는 뜻은 아니다. 바로 이어서 제자들이 그와 함께 있었다고 했기 때문이다. 제자들이란 9:1-2절에서 파송하신 열 두 제자들일 것이고 9:10절에서 돌아와 보고한 사도들일 것이다.
왜 기도하셨을까? 전후 문맥을 연결해 보면 알 수 있다. 앞에서는 오병이어의 기적으로 남자만 오천명을 먹이신 기적이 나온다. 이는 광야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먹이시던 하나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하나님이 아니고는 아무도 할 수 없는 일을 하신 것이다. 예수께서도 인간의 몸을 입고 오셨기에 수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며 따를 때에 자신도 모르게 교만해짐을 느끼셨을 것이다. 그래서 예수께서는 한적한 곳으로 가셔서 교만하지 않고 하나님의 뜻에 따르도록 기도하셨을 것이다.
오늘 말씀에 이어지는 9:21-22절을 보면 십자가에서 고난 받으시고 죽으실 것을 제자들에게 예고하셨다. 따라서 예수님의 기도는 하나님의 뜻에 따라 십자가에서 죽으시겠다는 기도를 하신 것이다. 이는 9:18절의 기도와 9:28-29절의 변화산에서의 기도를 다가올 고난과 연결해서 읽어볼 수 있다. 예수께서는 홀로 기도하신 뒤에 이미 십자가의 죽음을 통해 하나님의 뜻에 순종하기로 하신 것이다.
그렇게 기도하신 다음 제자들에게 "무리들은 나를 누구라고 말하느냐?" 라고 하셨다. 새번역은 "무리들" 이라는 말을 "사람들"로 바꾸어 번역했지만 원어는 분명히 개역처럼 "무리들" 이라는 말로 되어있다. 마가는 "사람들" 이라고 기록한 말을 누가는 의도적으로 "무리들" 이라고 기록했다. 이는 바로 앞에 나온 오병이어의 기적을 체험한 남자만 오천명인 무리들과 연결해서 "무리들"이라고 한 것이다. 예수님의 질문도 분명히 모든 사람들이 예수를 누구라고 물은 것이 아니라 바로 앞에서 빵과 물고기를 먹은 그 무리들은 예수님 자신을 누구라 하는지 질문하신 것이다. 누가는 누가복음을 받는 사람들에게 분명하고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무리들" 이라고 한 것이다.
그러자 19절에서 제자들이 대답하기를 침례자 요한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다른 이들은 엘리야라고도 하고 또 다른 이들은 옛적의 예언자들 중 하나가 살아났다고 한다고 대답했다. 마가복음 8:28절에서는 "예언자들 중의 하나"라고만 기록했는데 누가는 옛적이라는 말과 함께 살아났다고 말한다고 기록했다. 제자들은 틀림없이 누가가 증거한 것처럼 옛 예언자 한 사람이 살아난 것이라고 말했을 것인데 누가는 살아났다는 말을 놓치지 않고 기록한 것이다.
그러자 20절에서 예수께서 말씀하시되 "그러면 너희는 나를 누구라 하느냐?"고 질문하셨다. 원어에는 "그러면" 라는 말이 분명히 들어있는데 개역은 생략했지만 새번역은 "그러면" 이라는 말을 그대로 살려서 번역했다. 빵과 물고기를 먹은 무리들과는 달리 너희들은 나를 누구라 하는지 물으신 것이다. 그러자 베드로가 대답하기를 "하나님의 그리스도" 라고 했다. 베드로의 대답은 베드로 혼자만의 것이 아니라 열 두 제자들의 대변인으로서 대신 대답한 것이다.
그러나 제자들의 이러한 인식은 십자가에서 고난 당하시고 죽으셨다가 부활하실 그리스도라는 뜻은 아니다. 유대인들은 하나님께서 자신들을 구원해주시길 오랫동안 기다려왔다. 그렇기 때문에 제자들은 예수께서 자신들을 로마제국의 압제에서 구해주고 잘 살게 해 줄 그리스도로 여긴 것이다. 이는 예수님을 따라다니던 무리들과 큰 차이가 없는 고백이다.
그렇기 때문에 예수께서는 이러한 잘못된 생각을 바로잡아 주기 위해 9:21-27절에서 십자가에서 죽을 것이라며 제자들도 십자가를 지고 따라오라고 하신 것이다. 제자들은 자신들이 고백한 그리스도가 진정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들은 모르고 있었다. 예수님 당시 유대사람들 사이에서는 메시야에 관한 서로 다른 많은 견해들이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다 이 땅과 이 땅의 왕국에서의 구원을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었다.
우리도 우리 예수님처럼 우리의 모든 일이 잘되고 많은 사람들이 우리를 향해 잘한다고 박수를 쳐 줄 때 우리는 박수를 쳐 주는 무리들을 떠나서 기도해야 한다. 사람들이 그렇게 박수를 쳐 줄 때 우리는 하나님의 길을 따라가기 보다는 세상 영광의 길로 빠지기 쉽기 때문이다. 우리도 제자들처럼 우리 자신의 영광의 길을 가려한다면 우리도 제자들처럼 하나님의 그리스도를 자신들이 원하는 그리스도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면 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그리스도를 믿기 보다는 세상 영광을 따르는 그리스도를 믿게 되는 것이다.